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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세상 다 마다하고 그저 숨만 쉬면서,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그마저의 호흡도 조금 덜 해 보려 노력하는 요즘이다. 탓에 날숨에는 찝찝한 온기만 눌어있고 뻗거나 웅크린 몸에는 숨들이 엉겨붙어 사고도 행동도 찐득하니 영 시원찮다. 근 일 년 만에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서 아아아무것도 안 하고 보름 정도 있어 봤는데, 그냥 눈 두어 번 깜빡하니 시간이 사라진 기분이라 이제와서는 썩 유쾌치 않다. 본격적으로 침대와 일체화하기 위해 읽던 책은 번역자의 발번역과 꼰대갬성에 막혀 도저히 책장이 안 넘어가고, 티브이 채널은 항상 고정이라 같은 예능 같은 편을 10번 넘게 보고 있는데 이건 뭐 눈과 귀도 태업중이라 며칠째 같은 말이 들려도 상관이 없더라. 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는다. 요리라도 안 하면 짐승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려 노력중인 걸 지도 모른다. 여전히 술은 자주, 또 많이 마신다. 그 덕에 생명유지 수준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. 그리고 담배는 쉬는 중이다. 별 이유는 없는데 굳이 이유를 대자면 그냥 이제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정도. 집에 사다 놓은 담배가 일곱 갑 조금 넘게 있는데 이것들이 없었다면 사러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흡연욕구가 솟구쳤을 것 같다. 매일 어디선가 담배냄새빌런이 코를 간지럽히긴 하는데, 그 때마다 어 담배구나 싶다가도 그냥 담배를 피는 행위조차 귀찮은 느낌이다. 이러다 또 피게 되면 적극적인 행동에 감격한  물개박수라도 쳐야지.
  별 일 없이 사는데 불안하다. 맥주가 당기는데 나갈까 말까.



  의연할 수 없어서 도망쳤는데 요즘도 가끔 무너진다. 얼마 전까지는 그나마 한 발을 현실에 딛고 있었는데, 자의로 현실을 내려놓았으니 이제는 두 발을 포개 모으고 의연을 끌어안아야 한다. 무기력을 가득 안고 놓지 말아야지. 쓸 데 없는 호흡은 신상에 좋지 않다.

  숨 쉬는 법을 잊었다던 그때가 가끔 생경하다. 어쩌면 지금 이 숨도 흩어지겠지. 나는 결국 어디에도 걸치고 걸쳐지지 못할 것만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