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머릿속을 휘젓는 공사를 다 제쳐두고 에어컨 밑에서 슈퍼네추럴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. 참으로 오랜만의 자유였다.
평소처럼 배달음식을 먹고 느즈막히 편의점을 다녀왔다. 맥주 여러 캔을 손에 달랑달랑 들고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침대에 누워 책 한 권을 펴 놓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. 한캔 한캔 비워갈 수록 허기가 돋았고, 냉장고를 뒤져 계란 몇 개와 가쓰오부시, 배달에 딸려 온 밥을 젓가락으로 휘저어 안주삼아 먹었다. 탄수화물에 지방과 탄수화물을 중첩하는 순간이었다. 이래서 살이 찌나보다 하고 잠시 허탈해 하다가 결국은 한 그릇을 다 비워냈다. 성장기 때보다 두 배는 성장한 위장이다.

혼자 집에서 청승 떨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스쳤다. 그래도 오늘만큼은 노트북을 접고 유관된 생각도 접으리라 하며 책장을 넘겼다.
맥주는 비어가고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. 다시 걱정들이 스멀스멀 꽃핀다. 이 캔만 마시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가야지.
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.

시간과 머리와 돈은 한정적이고 해야할 혹은, 하고싶은 것들은 늘어만 간다. 앞으로 뭘 배우고 뭘 실천하고 실현해야 할까.
지금보다는 똑똑한 머리와 사고와 인내를 가지고 싶다. 언제쯤 나는 한치를 성장할 수 있을까.